
다음 글은 이직 회고록을 써야지 해놓고,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2025 회고록으로 녹여보려고 한다. 2025년도에는 나에게 다양한 변화가 있었는데, 크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시점까지 정리하면 이전 회사가 너무 명확해져서 시점은 제외)
1. 조직의 변화 (기능조직 -> 목적조직)
2. 새로운 조직에서의 제품 개발
3. 이직 준비
4. 이직 후 새로운 회사에 적응
1. 조직의 변화
사실 입사 후 3년 정도를 기능 조직에서 근무하면서 여러가지 의문점들이 있었다.
- CEO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방향성
- 내가 생각하는 기능 조직이 아님
-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 설득하기 어려운 리더와 피드백이 건강하지 못한 조직 문화
-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팀 내의 KPI가 별도로 존재해 운영업무는 KPI 미포함
- 성향이 맞지 않는 동료와의 대립
1.1. CEO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방향성
근속년수가 4년이 채 되지않는 데, 내가 회사에 근무하는 동안 CEO가 3-4번이 바뀌었다.
내가 담당하던 서비스는 해마다 개편이 되었고, 실제로 개발 후 론칭과 이후 적용 시점을 생각하면 유저들은 1년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계속 서비스의 사용성이 크게 달라지다보니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저가 제일 먼저 로그인하면 볼 수 있는 대시보드 지면을 3번이나 개편하고, 그 때마다 사용성이나 목표가 전 년도와는 너무 달라지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빠르게 개발하면서 기본적인 유저 지표를 트래킹할 수 있는 툴도 붙이지 않았고, 결국 내가 죽어라 야근했던 제품이 출시가 되었는데요, 지표로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보니 서비스 개발에 흥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1.2. 내가 생각하는 기능 조직이 아님
먼저 퇴사한 동료와 종종 만나 이야기하면서, 내가 조직안에서 답답함을 느꼈던 부분이 나만의 고민이 아닌 것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하는 기능 조직은 '같은 직무의 사람들이 모여있다.'라는 장점이 분명했다.
재현될 수 있는 이슈들을 공유하고, 잘 모르는 기술적인 이슈를 만났을 때는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가능한 조직,
그리고 무엇보다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공통 컴포넌트를 제공해 정말 기능구현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중복된 마크업 작업을 줄일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성하는 곳
하지만 입사 후에 기술 공유 미팅은 없어졌고, 단체방은 이야기를 꺼내기 부담스러운 공지 용도로 사용, 결국 타이밍 이슈로 디자인 시스템 작업은 팀이 개편되면서, 다른 조직에서 개발을 하게 됐으며 그 마저도 내가 퇴사하는 시점까지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점
사실 디자인 시스템이라는게 실제 컴포넌트를 구현해서 사용하는 사용자가, 조금 더 실용적인 컴포넌트를 만들 수 있는 거고 그 점에서 기존 기능조직에서 제일 먼저 도입해볼 수 있는 것이 디자인 시스템 제작이지 않았을 까 싶었지만 아마도 윗선에서 생각하는 우선순위가 조금은 달랐던 것 같아 아쉬웠다.
1.3.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 설득하기 어려운 리더와 피드백이 건강하지 못한 조직 문화
아무래도 대기업이다 보니 다른 형태의 기업들보다 보수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그로인해 기술부채가 쌓이고 그 기술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윗선을 설득하는 과정이 너무 어려웠다.
사실 거의 시니어 개발자가 없는 환경에서 근무하다보니, 프로젝트에 대한 기술적인 고민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고 (팀 내에 다른 시니어 개발자 분들에게 조언을 구할 때도 있었지만, 프로젝트가 팀 내에서는 마이너한(?) 프레임워크를 사용하고 있어서 한계가 있었다.) 그로 인해 프로젝트 개선 과제에서 기술스택을 바꿔보려했지만, 일정 때문에 그 마저도 설득에 실패했다.
팀 전체가 이런 보수적인 분위기에 적응이 되어서인지, 불편한 점이 있어도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
동료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윗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고 불만만 쌓아가고 있었다.
그 점이 정말 불편했다, 말하지 않으면 리더도 모르고 상황이 개선되지도 않는데 대체 왜 불만만 쌓고 피드백을 하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면 리더가 평가 대상자라서 그랬던 건가 싶다.
말해도 바뀌지 않아서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불만을 가지고 있는 동료가 여럿이라는 걸 안다면 리더도 분명 액션은 있었다.
1.4.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지만, 팀 내의 KPI가 별도로 존재해 운영업무는 KPI 미포함
나는 자타공인 일복이 많은 사람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일이 좋고 발견되는 이슈들을 묵히지 않고 해결해서 일이 끊이지 않았던 것 같다. 눈 감으면 얼마든지 일은 줄일 수 있었다. 한 해에는 팀 내의 KPI가 성능개선이었다. 그 때도 나는 어김없이 새로운 개편과제를 진행하고 있었고, 서비스가 론칭되는 시점이 연말이기 때문에 기준이 되는 성능도 이후에 개선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내 조직의 KPI는 성능개선이었고, 나는 그 해에 개인역량 평가는 최고점 프로젝트 성과 최저점을 받았다. 이게 맞나 싶었다.. 그래도 성과평과를 크게 신경쓰는 타입이 아니라서 당시에 잠깐 당혹스러웠고 빠르게 잊혀졌다.
1.5. 성향이 맞지 않는 동료와의 대립
너무 심연의 글이라 읽지 않는 걸 추천
사실 이게 가장 힘들었다. 병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유기도 했으니까
24년도 초에 시니어가 부족해서 작은 프로젝트 리더 자리를 맡게 되었다. 근데 위에서보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운영 관점에서의 프로젝트는 상당히 달랐다. B2C까지 겸하는 서비스라서 생각보다 할게 많았다. 하지만 작은 프로젝트로 판단해서 해당 프로젝트는 나를 포함해 기존에 같이 협업한 경험이 있는 한 명을 추가해 2명이 담당하게 되었다.
걱정이 되었던거는 기존 프로젝트에서 일을 같이 한 경험이 있는 동료 중에 굉장히 협업하기 힘든 동료가 있었다. 굉장히 에고가 쎄서 같이 맡게 된 지면의 코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가 잠시 헬퍼로 다른 도메인의 개편 작업을 하러 갔을 때 본인 스타일로 코드를 싹 바꿔버린 상황이 한 번 있었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코드 구조가 그렇게까지 별로였나.. 하하 하고 속상했지만 그냥 웃어넘겼다.
상당히 자유로운 영혼이었는데, 근태는 사실 내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도 아니고 매니징을 리더가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몇 번이고 리더에게 전달해서 경고를 줬었다. 그 마저도 해결이 되지 않아서 티타임도 정기적으로 가져보고, 이해해보려고 노력했으나 이 때부터 FM 스타일인 리더와 자유로운 동료 사이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몸이 허약한 편이 아닌데 회사에서 몇 번이고 어지러워서 쓰러질 뻔해서 이비인후과 신경과를 돌아다니다가 심리적인 이유인 것 같다고 정신과를 추천해줘서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했다. 사실 타고난 기질 자체가 예민해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극단적으로 심해지기 시작했던 거다.. 약은 점점 늘고 언어마비도 2-3번 정도 와서 맡고 있던 개편 과제만 마무리하고 휴직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와중에 기존에 참여했던 프로젝트에 핼퍼 요청이 왔고, 동료랑 둘이서 일하는 상황이 적어져서 조금씩 괜찮아지는 시점도 있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새로운 프로젝트의 개편을 시작하면서 트러블이 심해졌다. 일을 하면서 크게 화가나본 적이 없는데 화장실에 들어가서 펑펑 울기도 하고, 그냥 일 뿐만이 아니라 다 그만두고 싶어졌다. 업무는 일정이 터져서 2025년도 초까지 넘어가고, 그와중에 목적 조직으로 찢기면서 프로젝트와 함께 나는 전혀 다른 도메인으로 발령이 났다. 리더는 신경써준다고 동료와 나를 다른 도메인으로 찢어주셨지만, 결국 다른 도메인으로 이동하는 바람에 동료는 끝까지 책임지지 못했다. (안한게 아니라 상황이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신규 프로젝트로 발령을 받았지만, 새로운 프로젝트 리더는 나랑 내가 맡기 전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동료 한 명 중 한 명은 남으라고 했고, 동료는 신규 프로젝트를 하고 싶어해서 그냥 내가 남기로 했다. 끝나면 휴직할 예정이었으니까. 코드 구조가 너무 지저분해서 새로 투입한 동료와 헬퍼 두명이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고, 프로젝트가 이렇게까지 된 것에 이유를 물었다. 사실 물어본 것은 책임이 아닌 이유였지만, 그 당시에 나는 병원에서 퇴사를 권유할 정도로 마음이 힘들었고 그 과정에서 나랑 트러블이 있던 동료의 탓을 했다. 물론 내가 리더라서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잘 잡았어야 했지만, 일정을 잡은 것도 구조를 만든 것도 에고가 쎈 동료가 한 짓이었으니까. 그 때 그냥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전적으로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세요로 내버려둔 나의 문제가 제일 크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끝까지 남아서 책임지는 건 동료가 일정을 짜도록 기회를 줘야한다며, 동료가 작성한 작업 일정을 픽스하고 나와 동료에게 책임을 몰아간 리더도 아니고(사건이 하나 있었다.), 일정을 말도 안되게 짠 동료도 아닌 나였으니까 나도 억울한 점이 있었다.
근데 그게 따돌림의 이유가 되서는 안됐다. 그 두 달동안 너무 외로웠고, 약으로 버텼다. 그러면서 거식증도 생겼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떠올리기도 싫고, 괴로웠던 기억이라 이렇게 글로 기록해두고 마무리하고 싶다.
2. 새로운 조직에서의 제품 개발
쉬어갈 틈도 없이 조직의 도메인이 변경되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다.
목적조직이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할 수 있다는게 설레었다. 하지만 SI처럼 일을 하게 되는 건 똑같았다.
기획에는 이미 답이 정해져있었고 수수께끼를 하듯이 알아 맞추는 시기가 3개월정도 지속되었다.
그냥 그 때 쉴 걸
이것도 심연의 얘기^^ skip
새로운 동료에게는 내 현재상황을 다 말했다.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그러나 나와는 성향이 다른 FM이 기질이 강했다.
둘이 힘을 합지면 정반대의 장점을 가지고 있으니 좋은 시너지가 날거라고 생각했지만, 내 아픔이 동료가 하고 맡고 싶은 이유의 사유로 쓰여질 줄은 몰랐다. 나는 내가 해내지 못했던 리딩의 업무를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동료는 내가 리딩으로 고통받았으니 본인이 맡겠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 내가 잘 해내지 못한 일에 한 번 더 기회를 달라는 것은 나의 욕심이라 전적으로 서포트하고 동료가 승진하길 선택했다. 그런데 기술적인 논의나 히스토리에 대한 논의가 꽤나 있었고, 그 때마다 동료 -> 모르니 나에게 물어봄 -> 답변 이라는 비효율적인 스텝이 하나 더 생기게 되었다. 사실 연초에 따돌림에서 새로운 동료도 포함되어 있었으며, 그 상황이 나에게는 지나가기만 했지 해결된 상황은 아니라 정신적인 힘듦은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거식증이랑 음식이 몸에 안받는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38kg까지 빠졌다.
병원에서는 계속 쉬라고 권유했지만, 난 열심히 일한 죄 밖에 없는데 왜 내 커리어에 공백을 둬야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이직을 준비했다. 밤새서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당일 아침에 여러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이력서를 낸 곳의 공통점은 레거시를 청산하는 업무가 있는 회사들이었다.
아무래도 기존 회사에 입사해서는 계속 개편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다보니까.
기존의 기술 부채를 개선하는 작업에 갈망이 있었고, 내가 작업한 것에 실제 유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지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 중에 두 군데에서 서류 합격을 했고, 한 군데는 아쉽게도 1차 면접에서 떨어지게 되었다.
이직하게 된 회사는 서비스 개발 마무리 시점에 면접이 잡혀서 준비도 못하고 들어간 면접이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합격이라니!
사실 기존에 다니던 회사의 규모가 더 커서, 왜 좋은 회사에서 복지를 포기하고 중견기업의 회사로 이직하려고 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내 기준 전 직장은 대기업보다는 그냥 규모가 커진 스타트업이다. 충분히 복지도 좋고, 근태도 자유로워서 안정적으로 계속 다니는 동료분들도 많았다. 특히 기혼자 분들..
하지만 회사와 나의 컬쳐핏이 맞지 않았던 거 같다. 제도적으로는 수평문화 젠틀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수평문화에서부터 오는 무례한 상황들이나 나쁜 사람이 되기 싫어서 방관하는 문화가 암묵적으로 존재했다. 장애에 대한 민감도도 조직과 맞지 않았고 정말 수많은 이유로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정말 우연으로 내 동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동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많이 외롭고 힘들었었다고 내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많았겠지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해와 용서를 구하고 싶다.
4. 이직 후 새로운 회사에 적응
기업의 규모가 작은만큼 불편한 프로세스들도 여럿있지만, 함께 일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회사이다.
문서화가 잘 되어있지 않은 부분들은 온보딩하면서 추가로 작성해서 개선하기도 하고,
운영업무도 실수가 많지만 PM, 디자이너, DA 분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큰 사고 없이 개발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전과 같이 중복되는 일을 많이 줄어들었다.
디자인 시스템도 적극 활용중이고, 기술부채도 빠르게 해결하는 편이라 만족한다.
무엇보다도 내가 한 작업이 A/B 테스트나 로그 툴로 바로바로 조회해서 유저가 얼마나 되는지 볼 수 있어서,
실제로 내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구나가 실감이 나서 좋다.
만약 이직을 하지 않고, 전 회사에서 버텼다면 2-3년 안에 개발자라는 커리어를 정리했을 것 같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앞으로 해결할 일, 해보고 싶은 일들을 도전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서 내 몸이 버틸 수 있는 한계까지 개발자로 커리어를 마무리하고 싶은 요즘이다.
만약 현재 회사에서 퇴사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용기내서 부딪혀 보기를..
혹시 읽다가 이 회사 우리 회사인 것 같다. 하시는 분들은 하루 빨리 탈출하시길..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이유로 병원을 다니시는 분들은 미련하게 아픔의 이유를 본인에게서 찾지 마시기를..
모두모두 응원하고, 올해도 건강하게 보내보자!
댓글